J Innov Med Technol 2024; 2(2): 35-41
Published online November 30, 2024
https://doi.org/10.61940/jimt.240012
© Korean Innovative Medical Technology Society
김도훈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Correspondence to : Do Hoon Kim
Department of Gastroenterology, Asan Medical Center, University of Ulsan College of Medicine, 88 Olympic-ro 43-gil, Songpa-gu, Seoul 05505, Korea
e-mail dohoon.md@gmail.com
https://orcid.org/0000-0002-4250-4683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The remarkable advancements and innovations in the field of therapeutic endoscopy have made it possible to treat conditions that previously required surgical intervention, significantly improving the quality of life for patients. Therapeutic endoscopy is typically performed after mastering the techniques of diagnostic endoscopy. While novice practitioners initially focus on successfully completing procedures using existing devices, experienced clinicians often turn their attention to developing new tools to facilitate procedures or to explore novel treatment methods. Simulators are also developed to train beginners in these techniques. However, not all interest and ideas in this field lead to the development of new devices. It is often difficult for a clinician’s simple imagination to be realized, and even when a viable idea exists, finding a company capable of manufacturing the device can be challenging. Furthermore, collaboration between medical professionals and engineers frequently encounters obstacles due to differing perspectives on product development, making it difficult to reach a consensus. In this paper, we present our experience of successfully bringing a new device to market, despite the many challenges outlined above.
Keywords Device; Endoscopy; Treatment
치료내시경 분야의 눈부신 발전과 혁신으로 인해 예전에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에서도 내시경 치료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치료내시경은 진단내시경의 술기를 충분히 습득한 이후 시행하며, 시술을 처음 하게 되는 초심자의 경우 기존의 제품으로 술기를 잘 마치는 데 집중하게 되지만, 술기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쌓인 숙련자들은 시술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시술 방법을 계획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구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술기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의 술기 훈련을 위해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고민이 모두 새로운 기구의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상의사의 단순한 상상은 현실이 되기 힘들고,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있을지라도 제작이 가능한 회사를 찾기도 어렵다. 더욱이, 제품 제작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의학자와 공학자의 협업에 있어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벽에 부딪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본고에서는 앞서 언급한 많은 어려움을 거쳐 실제 제품화에 성공한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은 림프절 전이의 위험이 적은 조기위암의 주된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1-3. ESD를 통한 종양 제거에 가장 핵심적인 시술 기구는 내시경 나이프이며, ESD 건수가 증가하면서 시술자들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모양의 나이프가 개발되었고4, 사용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Fig. 1). 내시경 나이프는 크게 침형 나이프(needle-type knife)와 볼형 나이프(ball-type knife)로 나뉜다(Fig. 2). 침형 나이프는 ESD 시술의 초기부터 사용되었던 기구로 통전이 되는 나이프의 끝으로 절개하기 때문에 조작이 어렵고 천공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이후 나이프의 끝에 볼형의 세라믹 절연체를 붙인 후 나이프의 몸체로 절개함으로써 합병증의 위험을 줄인 볼형 나이프인 insulated-tip knife (IT 나이프; 올림푸스)가 소개되었다5. 그러나, IT 나이프의 끝은 둥근 절연체이기 때문에 ESD 과정 중 병변 주변점막 예비절개(precut)를 시작하기 위한 점막 절개에 용이하지 않고, 점막하층의 섬유화가 심한 경우 박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을 위해서는 시술 단계에 따라 침형 나이프와 IT 나이프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박리를 하는 것이 좋다.
2019년 5월 1일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9-80호 ESD용 나이프 급여기준에 따르면 특정한 상황 이외에는 1개의 나이프만 급여가 인정된다고 고시되면서 치료내시경 임상 현장의 상황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침형 나이프가 없으면 시술 시작을 위한 점막 절개를 하기 힘들고, IT 나이프가 없으면 예비 절개 후 점막하 박리를 안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바뀐 급여기준에만 맞춰서 병변을 완전절제하고 동시에 환자에게 안전한 시술을 한다는 것은 숙련된 내시경 의사라 할지라도 힘든 실정이었다. 때문에 실제 시술 현장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시술 기구나 보험 급여가 가능한 시술 기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시술을 하거나,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시술을 하는 등의 시술자 만족도가 낮은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치료내시경을 시행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의료 현실이었다. 따라서, 고시에 부합하면서도 완전하고 안전한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침형과 볼형 2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나이프의 개발이 절실하였다.
초기의 ESD 나이프는 ESD 술기가 처음 시작된 일본에서만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최근에서야 한국(파인메딕스, 유펙스메드, 인코아, 멘피스코리아), 독일(ERBE), 미국(Boston Scientific) 등 일본 외에서도 생산이 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아직도 대부분의 시술은 일본 올림푸스 제품을 이용하여 시행되고 있다. 최근 내시경 나이프의 국내 점유율을 보더라도 3분의 2 정도를 올림푸스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Fig. 3). 새로운 나이프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장벽은 치료 결과와 환자의 안전에 민감한 내시경 치료의 성격상 계속 손에 익어 온 제품을 사용하려는 시술자의 습관과 후발 회사로서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의 품질로 인해 국내사의 제품 개발력과 시장 경쟁력이 제한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처음에는 올림푸스 글로벌 사와 접촉하여 국내 시장의 현황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은 좋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 회사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판단되었다. 이후 국내 내시경 나이프 제조업체 중 후발 주자지만 다양한 형태의 나이프를 판매한 경험이 있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파인메딕스사와 협업을 했고, 1개의 핸들에 2가지의 나이프가 각각 작동되도록 구상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침형과 볼형 나이프를 함께 장착하여 시술 단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ClearCutTM Knife H-type이 마침내 출시되었다(Fig. 4). 2020년에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국산의료기기 신제품 사용자(의료기관) 평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전향적 다기관 연구를 시행하였고, 올림푸스 나이프와 비교하여 시술성적이나 합병증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좋은 연구결과를 보였다6.
파인메딕스의 황중보 이사는 다음과 같이 개발 과정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최근 다양한 국내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상대로 오랜 역사와 기술 성장을 이루어 온 글로벌 회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회사의 제품 중 특정 분야 혹은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그들과 견주어 봐도 손색없는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국산제품이라는 이유로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시술을 배울 때 처음 사용했던 제품들에 대한 익숙함으로 다른 제품으로 잘 바꾸지 않으려는 관습이 국산의료기기와 장비 회사들의 성장을 느리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국내 임상의사들이 국내 회사들과 같이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실제 임상에 사용하면서 초기 문제점들을 고쳐 나간다면 국내에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점의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기기 회사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의료진들 사이에서 한국 의사들이 가장 까다롭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한국 의료진들에게 통할 수 있는 제품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의료진들의 연구 개발 동참이 더욱 활성화되고 단순히 의료진들뿐 아니라 국내 의료계와 정부사업 등을 통해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더욱 확대된다면,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 중 존슨앤존슨이나 올림푸스와 같은 회사들이 조만간 생겨나는 것도 요원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 혹은 알카리에 의한 식도의 부식성 협착, 수술 문합부 협착과 같은 양성 식도 협착 또는 식도암, 폐암 등으로 발생되는 악성 식도 협착으로 인한 연하곤란의 1차 치료로써 자가팽창형 금속스텐트(self-expanding metal stent, SEMS)가 사용되고 있다7. SEMS는 피막이 덮여 있지 않은 비피막형(uncovered)과 양끝을 제외한 체부에 피막이 덮인 부분피막형(partially covered), 그리고 전체가 피막으로 덮여 있는 완전피막형(fully covered) SEMS로 분류된다. 비피막형은 스텐트의 이동이 잘 되지 않는 반면 스텐트 망 사이로 종양이 스텐트 내로 자라 들어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완전피막형은 피막으로 인해 종양이 스텐트 내로 자라 들어오는 경우는 적으나 스텐트의 이동이 잘 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부분피막형 스텐트는 체부에 피막이 있어 종양이 자라 들어오는 경우도 적으며, 양끝에는 피막이 없어 점막에 고정되어 스텐트의 이동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피막부로 인해 스텐트 제거가 어렵다. 식도 협착의 대부분의 경우 협착이 해결되면 스텐트를 다시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으로 완전피막형 스텐트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스텐트의 성공적인 삽입 이후에는 스텐트의 이동이 가장 문제가 되며 문헌에 따라 5%–40%의 빈도로 이동이 발생하게 된다8,9. 스텐트가 이동하게 되면 내시경으로 다시 제거 후 새로운 스텐트를 다시 삽입해야 하는데, 스텐트 이동 후 식도 협착부에 내시경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 스텐트 제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스텐트 내로 종양이 자라 들어오지 않고, 스텐트의 이동이 적으면서도 제거가 용이한 스텐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스텐트의 양끝 머리 부분의 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 동일하게 하면서, 스텐트 내부의 빈 공간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빈 공간으로 각 마디의 스텐트가 별도로 움직이며 이로 인해 병변 부위의 압박에도 스텐트 마디 간에 상호 간섭을 주지 않도록 디자인하여 이동을 방지하는 디자인을 제안하였다(Fig. 5). 초기 디자인에서는 기존에 많이 쓰이고 있는 실리콘 피막을 사용하였으나, 반복적인 굽힘 및 피막 내 노출되어 있는 끝단으로 인해 실리콘 피막에 누공 발생의 우려가 있었고 각 마디의 스텐트를 지지하고 연결하고자 bridge 디자인으로 일자형으로 지주선(2개의 와이어를 서로 꼬아서 만든 형태)으로 연결은 당초 계획했던 스텐트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각 스텐트 마디의 간섭이 일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디자인을 변경하여 내구성이 우수한 polytetrafluoroethylene 피막을 사용하여 기존에 우려했던 마찰 및 마모에 의한 스텐트 피막의 누공 발생 문제를 해결하였고, bridge 디자인을 변경하여 U자 형태의 느슨한 체결 및 스텐트 간의 연결 고리 제작하여 당초 계획했던 스텐트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각 스텐트 마디의 간섭이 없어 각 스텐트마다 개별적으로 팽창력을 유지하여 표면 마찰 면적이 증가하여 이동 방지 효과 증대를 확인하였다. 또한 3개의 파트로 구성하여 각각의 연결은 기차칸처럼 각 파트 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외부 영향이나 연동운동에 따른 전체 스텐트의 이동을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개발되었다. 이후 새롭게 개발된 스텐트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엠아이텍의 윤성 차장은 임상의사에게 요청을 받았을 때 개발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재료적 측면과 디자인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하였다. 재료적 측면으로는 요구하는 물성 및 특징이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생체적합한 재료인지, 필요로 하는 원재료를 가지고 원하는 형태 또는 디자인으로 가공이 가능한지 또는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기존에 회사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원재료로 구현 가능한 아이템의 개발인지, 요구하는 조건이 금속, 폴리머, 세라믹 중 적합한 재료는 어떤 것이 될지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디자인 측면으로는 기존에 타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제품 또는 기술, 혹은 유사한 디자인은 아닌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1명의 임상의사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 아닌 시장에서 요구하고 시장에 파급력이 있는 제품의 디자인인지, 해당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어느 분야의 기술을 검토하여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일지, 내부에서 일부 불가능한 기술에 대해서 어느 기관과 협업을 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 가능한지, 해당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 임상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해당 아이템을 개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없는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국내사로서의 제한 요소로 글로벌 기업에 비하여 임상, 마케팅, 개발, 검증 시험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투자 비용의 한계, 해외 지사 부재로 인해 신제품 개발 후 글로벌 런칭의 효율성의 한계, 해외 지사 부재로 인한 글로벌 임상 진행 등의 한계, 원재료의 해외 수입 비율이 월등히 높으며, 낮은 판매 수량으로 인해 원재료 업체에 있어서 후순위 바이어가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신기술 또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따른 인허가 문제가 있으며, 국내외 급변하는 다양한 의료기기 정책에 의한 대응에 한계가 있어 국내의 경우 국외 기준의 의료기기 정책을 모사하기 바쁘고, 국내에서 검증할 수 없는 시험 또는 어디에서 검증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해당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임상의사에 대한 애로사항은 같은 적응증에 비슷한 디자인을 서로 다른 교수가 요청하였을 경우 조율 방법의 어렵고,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잘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대처 방법이 어려우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으나 내부 인력의 한계 또는 비용의 한계가 크다고 한다.
위장관 스텐트 삽입은 양성 또는 악성 위장관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시술 자체의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은데 비해 협착으로 인해 식이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불량한 영양상태로 전신상태가 나쁜 환자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환자수가 적어 도제식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아 임상강사 2년을 수료하기 전에 핸즈온을 해보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식도암이나 위암 등 상부위장관 협착을 야기할 수 있는 종양을 시뮬레이터로 만들어 실제 스텐트를 삽입해 봄으로써 실제 임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먼저 협착을 유발하는 종양의 모양과 위치를 논의하고, 장기 및 종양별로 부위별 설계를 한 후 몰드 디자인과 3D 프린팅 출력물을 이용하여 실리콘 사출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으로 실제 사용에서의 피드백을 받은 후 시제품을 제작한다(Fig. 6).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2022년 11명의 임상강사와 내시경 전문의를 대상으로 시뮬레이터의 효용성을 평가하였고 모든 참석자가 매우 만족하였다.
의료 시뮬레이터 제작 경험이 많은 애니메디솔루션 김종찬 팀장은 의료 시뮬레이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내시경 교육 기구는 일반적인 1회성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터와 달리 실제 내시경을 운용하면서 손상되지 않는 제품 자체의 내구성과 실제 제품과 유사성, 파손 시 특정 부품의 수리 또는 교체 등 외관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내시경 교육 기구는 높은 사실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교육기구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제품은 실제 설계 기획과 다양한 테스트, 피드백 반영한 수정 등의 개발과정에 의해 양산화된 제품에 비하여 제작 시간이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단가가 매우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회성 시제품 제작의 경우 시중에 판매되는 교구의 가격과 비슷한 예산으로 제품 개발을 의뢰하면 초기 계획 단계에서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3D 프린팅 비용이 사출에 비하면 매우 비싸고 이를 바탕으로 몰드 출력, 실리콘 사출 등의 작업이 필요한 경우 프린팅 비용 외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기획 단계에서 예산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계획을 할 필요가 있다.
내시경 교육 기구는 내시경의 파손을 방지하고 실제 임상과 유사한 연습을 위하여 내부가 실리콘 재질로 제작되는데, 인체 조직과 유사한 저경도 실리콘은 단단한 물체와의 마찰이나 날카로운 수술도구 등에 의해 쉽게 파손되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 사용해야 하는 제품 개발에 큰 제약이 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실제 조직보다 조금 더 높은 경도의 재질로 교체하고 표면마찰 방지제를 첨가하는 등의 재질 연구와 함께 습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제품을 분할하여 건조시킬 수 있게 변경 등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였다. 만약 특별하게 내구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면 3D 프린팅의 장점인 자유로운 형태를 포기하거나 인체와 유사한 낮은 경도의 실리콘을 써야 한다면 내구성을 포기하고 소모품으로 계획하는 등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가는 데 있어 기획자와 제작자 간의 많은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윤활액 등의 사용, 세척으로 내부 습도가 높아져 실리콘에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영상 분할, 설계 및 3D 모델링, 프린팅, 실리콘 사출 등 각 분야별로는 충분히 가능한 업체들이 있겠지만 이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만약 제작하고자 하는 교구가 제작 난이도가 낮은 일반적인 교구라면 3D 모델러에게 3D 데이터를 의뢰한 뒤 3D 프린팅 업체를 이용하여 출력을 하고, 실리콘 등의 주형작업이 필요하다면 전문 업체(주로 영화 특수효과 계통이 많음)에 실리콘 캐스팅 작업을 의뢰하여 각 분야별로 별도의 업체에 외주를 주어 제작하실 수 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초기 기획단계에서 일회성 시제품 제작인지, 양산화를 통해 시장에 판매할 제품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회성 시제품의 경우 개발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양산화를 시키는 경우는 시장수요나 적정 시장가에 맞추는 것이 관건인데, 시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양산화 과정에서 불투명한 시장성이나 제작 난이도, 인허가 또는 안전인증 등의 문제로 양산화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보면, 시제품 개발과 양산화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양산화 과정은 기존 시제품 제작 과정을 개선하여 재료 절감, 제작 시간의 단축, 불량률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 등이 목표지만, 이 중 하나라도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양산화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3D 프린팅의 기술로 초기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양산화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초기 기획단계부터 제작 기술과 더불어 양산화 과정에 소요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한 도구와 교구 등을 제작하여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제품을 만들더라도 적절한 방법과 전문 지식을 갖춘 다양한 업체를 넘나들며 교구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된 시제품들 중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상당수가 결국 양산화되지 못하고 연구결과로 끝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좋은 제품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3D 프린팅 기법이 활성화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교구를 전문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는 아직 국내의 3D 프린팅 시장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지식과 3D 프린팅, 사출 등의 지식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다양한 의료 기기, 의료 교구 등을 제작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다면 이런 전문 지식들을 통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작 업체들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며 이렇게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하며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의료계 전반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치료내시경 기구의 개발 과정은 수많은 도전과 협업을 필요로 한다. 현재 상용화된 많은 혁신적 기구들은 임상의사와 공학자의 긴밀한 협력과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이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 속에서, 임상의사와 개발자는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을 함께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현장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면서도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정부 및 의료계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임상의와 개발자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며 새로운 치료 기구의 개발이 지속된다면, 한국 의료기기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We extend our gratitude to Mr. Joongbo Hwang, Director at FineMedix, Mr. Sung Yoon, Deputy General Manager at MI Tech, and Mr. Jongchan Kim, Team Leader at Anymedi Solution, for candidly sharing their valuable insights from the field.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J Innov Med Technol 2024; 2(2): 35-41
Published online November 30, 2024 https://doi.org/10.61940/jimt.240012
Copyright © Korean Innovative Medical Technology Society.
김도훈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Department of Gastroenterology, Asan Medical Center, University of Ulsan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Do Hoon Kim
Department of Gastroenterology, Asan Medical Center, University of Ulsan College of Medicine, 88 Olympic-ro 43-gil, Songpa-gu, Seoul 05505, Korea
e-mail dohoon.md@gmail.com
https://orcid.org/0000-0002-4250-4683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The remarkable advancements and innovations in the field of therapeutic endoscopy have made it possible to treat conditions that previously required surgical intervention, significantly improving the quality of life for patients. Therapeutic endoscopy is typically performed after mastering the techniques of diagnostic endoscopy. While novice practitioners initially focus on successfully completing procedures using existing devices, experienced clinicians often turn their attention to developing new tools to facilitate procedures or to explore novel treatment methods. Simulators are also developed to train beginners in these techniques. However, not all interest and ideas in this field lead to the development of new devices. It is often difficult for a clinician’s simple imagination to be realized, and even when a viable idea exists, finding a company capable of manufacturing the device can be challenging. Furthermore, collaboration between medical professionals and engineers frequently encounters obstacles due to differing perspectives on product development, making it difficult to reach a consensus. In this paper, we present our experience of successfully bringing a new device to market, despite the many challenges outlined above.
Keywords: Device, Endoscopy, Treatment
치료내시경 분야의 눈부신 발전과 혁신으로 인해 예전에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에서도 내시경 치료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치료내시경은 진단내시경의 술기를 충분히 습득한 이후 시행하며, 시술을 처음 하게 되는 초심자의 경우 기존의 제품으로 술기를 잘 마치는 데 집중하게 되지만, 술기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쌓인 숙련자들은 시술을 더 쉽게 하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시술 방법을 계획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구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술기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의 술기 훈련을 위해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고민이 모두 새로운 기구의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상의사의 단순한 상상은 현실이 되기 힘들고,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있을지라도 제작이 가능한 회사를 찾기도 어렵다. 더욱이, 제품 제작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의학자와 공학자의 협업에 있어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벽에 부딪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본고에서는 앞서 언급한 많은 어려움을 거쳐 실제 제품화에 성공한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은 림프절 전이의 위험이 적은 조기위암의 주된 치료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1-3. ESD를 통한 종양 제거에 가장 핵심적인 시술 기구는 내시경 나이프이며, ESD 건수가 증가하면서 시술자들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모양의 나이프가 개발되었고4, 사용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Fig. 1). 내시경 나이프는 크게 침형 나이프(needle-type knife)와 볼형 나이프(ball-type knife)로 나뉜다(Fig. 2). 침형 나이프는 ESD 시술의 초기부터 사용되었던 기구로 통전이 되는 나이프의 끝으로 절개하기 때문에 조작이 어렵고 천공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이후 나이프의 끝에 볼형의 세라믹 절연체를 붙인 후 나이프의 몸체로 절개함으로써 합병증의 위험을 줄인 볼형 나이프인 insulated-tip knife (IT 나이프; 올림푸스)가 소개되었다5. 그러나, IT 나이프의 끝은 둥근 절연체이기 때문에 ESD 과정 중 병변 주변점막 예비절개(precut)를 시작하기 위한 점막 절개에 용이하지 않고, 점막하층의 섬유화가 심한 경우 박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을 위해서는 시술 단계에 따라 침형 나이프와 IT 나이프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박리를 하는 것이 좋다.
2019년 5월 1일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9-80호 ESD용 나이프 급여기준에 따르면 특정한 상황 이외에는 1개의 나이프만 급여가 인정된다고 고시되면서 치료내시경 임상 현장의 상황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침형 나이프가 없으면 시술 시작을 위한 점막 절개를 하기 힘들고, IT 나이프가 없으면 예비 절개 후 점막하 박리를 안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바뀐 급여기준에만 맞춰서 병변을 완전절제하고 동시에 환자에게 안전한 시술을 한다는 것은 숙련된 내시경 의사라 할지라도 힘든 실정이었다. 때문에 실제 시술 현장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시술 기구나 보험 급여가 가능한 시술 기구를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시술을 하거나,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시술을 하는 등의 시술자 만족도가 낮은 시술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치료내시경을 시행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의료 현실이었다. 따라서, 고시에 부합하면서도 완전하고 안전한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침형과 볼형 2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나이프의 개발이 절실하였다.
초기의 ESD 나이프는 ESD 술기가 처음 시작된 일본에서만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최근에서야 한국(파인메딕스, 유펙스메드, 인코아, 멘피스코리아), 독일(ERBE), 미국(Boston Scientific) 등 일본 외에서도 생산이 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아직도 대부분의 시술은 일본 올림푸스 제품을 이용하여 시행되고 있다. 최근 내시경 나이프의 국내 점유율을 보더라도 3분의 2 정도를 올림푸스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Fig. 3). 새로운 나이프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장벽은 치료 결과와 환자의 안전에 민감한 내시경 치료의 성격상 계속 손에 익어 온 제품을 사용하려는 시술자의 습관과 후발 회사로서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의 품질로 인해 국내사의 제품 개발력과 시장 경쟁력이 제한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처음에는 올림푸스 글로벌 사와 접촉하여 국내 시장의 현황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은 좋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 회사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판단되었다. 이후 국내 내시경 나이프 제조업체 중 후발 주자지만 다양한 형태의 나이프를 판매한 경험이 있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파인메딕스사와 협업을 했고, 1개의 핸들에 2가지의 나이프가 각각 작동되도록 구상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침형과 볼형 나이프를 함께 장착하여 시술 단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ClearCutTM Knife H-type이 마침내 출시되었다(Fig. 4). 2020년에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국산의료기기 신제품 사용자(의료기관) 평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전향적 다기관 연구를 시행하였고, 올림푸스 나이프와 비교하여 시술성적이나 합병증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좋은 연구결과를 보였다6.
파인메딕스의 황중보 이사는 다음과 같이 개발 과정의 소감을 이야기한다. 최근 다양한 국내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상대로 오랜 역사와 기술 성장을 이루어 온 글로벌 회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내 회사의 제품 중 특정 분야 혹은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그들과 견주어 봐도 손색없는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국산제품이라는 이유로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시술을 배울 때 처음 사용했던 제품들에 대한 익숙함으로 다른 제품으로 잘 바꾸지 않으려는 관습이 국산의료기기와 장비 회사들의 성장을 느리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국내 임상의사들이 국내 회사들과 같이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실제 임상에 사용하면서 초기 문제점들을 고쳐 나간다면 국내에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점의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료기기 회사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의료진들 사이에서 한국 의사들이 가장 까다롭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한국 의료진들에게 통할 수 있는 제품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의료진들의 연구 개발 동참이 더욱 활성화되고 단순히 의료진들뿐 아니라 국내 의료계와 정부사업 등을 통해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더욱 확대된다면,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 중 존슨앤존슨이나 올림푸스와 같은 회사들이 조만간 생겨나는 것도 요원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 혹은 알카리에 의한 식도의 부식성 협착, 수술 문합부 협착과 같은 양성 식도 협착 또는 식도암, 폐암 등으로 발생되는 악성 식도 협착으로 인한 연하곤란의 1차 치료로써 자가팽창형 금속스텐트(self-expanding metal stent, SEMS)가 사용되고 있다7. SEMS는 피막이 덮여 있지 않은 비피막형(uncovered)과 양끝을 제외한 체부에 피막이 덮인 부분피막형(partially covered), 그리고 전체가 피막으로 덮여 있는 완전피막형(fully covered) SEMS로 분류된다. 비피막형은 스텐트의 이동이 잘 되지 않는 반면 스텐트 망 사이로 종양이 스텐트 내로 자라 들어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완전피막형은 피막으로 인해 종양이 스텐트 내로 자라 들어오는 경우는 적으나 스텐트의 이동이 잘 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부분피막형 스텐트는 체부에 피막이 있어 종양이 자라 들어오는 경우도 적으며, 양끝에는 피막이 없어 점막에 고정되어 스텐트의 이동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피막부로 인해 스텐트 제거가 어렵다. 식도 협착의 대부분의 경우 협착이 해결되면 스텐트를 다시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으로 완전피막형 스텐트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스텐트의 성공적인 삽입 이후에는 스텐트의 이동이 가장 문제가 되며 문헌에 따라 5%–40%의 빈도로 이동이 발생하게 된다8,9. 스텐트가 이동하게 되면 내시경으로 다시 제거 후 새로운 스텐트를 다시 삽입해야 하는데, 스텐트 이동 후 식도 협착부에 내시경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 스텐트 제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스텐트 내로 종양이 자라 들어오지 않고, 스텐트의 이동이 적으면서도 제거가 용이한 스텐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스텐트의 양끝 머리 부분의 디자인은 기존 디자인과 동일하게 하면서, 스텐트 내부의 빈 공간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빈 공간으로 각 마디의 스텐트가 별도로 움직이며 이로 인해 병변 부위의 압박에도 스텐트 마디 간에 상호 간섭을 주지 않도록 디자인하여 이동을 방지하는 디자인을 제안하였다(Fig. 5). 초기 디자인에서는 기존에 많이 쓰이고 있는 실리콘 피막을 사용하였으나, 반복적인 굽힘 및 피막 내 노출되어 있는 끝단으로 인해 실리콘 피막에 누공 발생의 우려가 있었고 각 마디의 스텐트를 지지하고 연결하고자 bridge 디자인으로 일자형으로 지주선(2개의 와이어를 서로 꼬아서 만든 형태)으로 연결은 당초 계획했던 스텐트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각 스텐트 마디의 간섭이 일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디자인을 변경하여 내구성이 우수한 polytetrafluoroethylene 피막을 사용하여 기존에 우려했던 마찰 및 마모에 의한 스텐트 피막의 누공 발생 문제를 해결하였고, bridge 디자인을 변경하여 U자 형태의 느슨한 체결 및 스텐트 간의 연결 고리 제작하여 당초 계획했던 스텐트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각 스텐트 마디의 간섭이 없어 각 스텐트마다 개별적으로 팽창력을 유지하여 표면 마찰 면적이 증가하여 이동 방지 효과 증대를 확인하였다. 또한 3개의 파트로 구성하여 각각의 연결은 기차칸처럼 각 파트 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외부 영향이나 연동운동에 따른 전체 스텐트의 이동을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개발되었다. 이후 새롭게 개발된 스텐트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 엠아이텍의 윤성 차장은 임상의사에게 요청을 받았을 때 개발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재료적 측면과 디자인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하였다. 재료적 측면으로는 요구하는 물성 및 특징이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생체적합한 재료인지, 필요로 하는 원재료를 가지고 원하는 형태 또는 디자인으로 가공이 가능한지 또는 원하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기존에 회사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원재료로 구현 가능한 아이템의 개발인지, 요구하는 조건이 금속, 폴리머, 세라믹 중 적합한 재료는 어떤 것이 될지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디자인 측면으로는 기존에 타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제품 또는 기술, 혹은 유사한 디자인은 아닌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1명의 임상의사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 아닌 시장에서 요구하고 시장에 파급력이 있는 제품의 디자인인지, 해당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 어느 분야의 기술을 검토하여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일지, 내부에서 일부 불가능한 기술에 대해서 어느 기관과 협업을 해야 더욱 효과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 가능한지, 해당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 임상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해당 아이템을 개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없는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국내사로서의 제한 요소로 글로벌 기업에 비하여 임상, 마케팅, 개발, 검증 시험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투자 비용의 한계, 해외 지사 부재로 인해 신제품 개발 후 글로벌 런칭의 효율성의 한계, 해외 지사 부재로 인한 글로벌 임상 진행 등의 한계, 원재료의 해외 수입 비율이 월등히 높으며, 낮은 판매 수량으로 인해 원재료 업체에 있어서 후순위 바이어가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신기술 또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따른 인허가 문제가 있으며, 국내외 급변하는 다양한 의료기기 정책에 의한 대응에 한계가 있어 국내의 경우 국외 기준의 의료기기 정책을 모사하기 바쁘고, 국내에서 검증할 수 없는 시험 또는 어디에서 검증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해당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임상의사에 대한 애로사항은 같은 적응증에 비슷한 디자인을 서로 다른 교수가 요청하였을 경우 조율 방법의 어렵고,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잘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대처 방법이 어려우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으나 내부 인력의 한계 또는 비용의 한계가 크다고 한다.
위장관 스텐트 삽입은 양성 또는 악성 위장관 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며, 시술 자체의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은데 비해 협착으로 인해 식이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불량한 영양상태로 전신상태가 나쁜 환자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환자수가 적어 도제식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아 임상강사 2년을 수료하기 전에 핸즈온을 해보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식도암이나 위암 등 상부위장관 협착을 야기할 수 있는 종양을 시뮬레이터로 만들어 실제 스텐트를 삽입해 봄으로써 실제 임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먼저 협착을 유발하는 종양의 모양과 위치를 논의하고, 장기 및 종양별로 부위별 설계를 한 후 몰드 디자인과 3D 프린팅 출력물을 이용하여 실리콘 사출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으로 실제 사용에서의 피드백을 받은 후 시제품을 제작한다(Fig. 6).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2022년 11명의 임상강사와 내시경 전문의를 대상으로 시뮬레이터의 효용성을 평가하였고 모든 참석자가 매우 만족하였다.
의료 시뮬레이터 제작 경험이 많은 애니메디솔루션 김종찬 팀장은 의료 시뮬레이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내시경 교육 기구는 일반적인 1회성 실험을 위한 시뮬레이터와 달리 실제 내시경을 운용하면서 손상되지 않는 제품 자체의 내구성과 실제 제품과 유사성, 파손 시 특정 부품의 수리 또는 교체 등 외관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내시경 교육 기구는 높은 사실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교육기구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제품은 실제 설계 기획과 다양한 테스트, 피드백 반영한 수정 등의 개발과정에 의해 양산화된 제품에 비하여 제작 시간이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단가가 매우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회성 시제품 제작의 경우 시중에 판매되는 교구의 가격과 비슷한 예산으로 제품 개발을 의뢰하면 초기 계획 단계에서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3D 프린팅 비용이 사출에 비하면 매우 비싸고 이를 바탕으로 몰드 출력, 실리콘 사출 등의 작업이 필요한 경우 프린팅 비용 외 추가적인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 기획 단계에서 예산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계획을 할 필요가 있다.
내시경 교육 기구는 내시경의 파손을 방지하고 실제 임상과 유사한 연습을 위하여 내부가 실리콘 재질로 제작되는데, 인체 조직과 유사한 저경도 실리콘은 단단한 물체와의 마찰이나 날카로운 수술도구 등에 의해 쉽게 파손되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 사용해야 하는 제품 개발에 큰 제약이 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실제 조직보다 조금 더 높은 경도의 재질로 교체하고 표면마찰 방지제를 첨가하는 등의 재질 연구와 함께 습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제품을 분할하여 건조시킬 수 있게 변경 등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였다. 만약 특별하게 내구성이 높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면 3D 프린팅의 장점인 자유로운 형태를 포기하거나 인체와 유사한 낮은 경도의 실리콘을 써야 한다면 내구성을 포기하고 소모품으로 계획하는 등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가는 데 있어 기획자와 제작자 간의 많은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윤활액 등의 사용, 세척으로 내부 습도가 높아져 실리콘에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영상 분할, 설계 및 3D 모델링, 프린팅, 실리콘 사출 등 각 분야별로는 충분히 가능한 업체들이 있겠지만 이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만약 제작하고자 하는 교구가 제작 난이도가 낮은 일반적인 교구라면 3D 모델러에게 3D 데이터를 의뢰한 뒤 3D 프린팅 업체를 이용하여 출력을 하고, 실리콘 등의 주형작업이 필요하다면 전문 업체(주로 영화 특수효과 계통이 많음)에 실리콘 캐스팅 작업을 의뢰하여 각 분야별로 별도의 업체에 외주를 주어 제작하실 수 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초기 기획단계에서 일회성 시제품 제작인지, 양산화를 통해 시장에 판매할 제품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회성 시제품의 경우 개발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양산화를 시키는 경우는 시장수요나 적정 시장가에 맞추는 것이 관건인데, 시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양산화 과정에서 불투명한 시장성이나 제작 난이도, 인허가 또는 안전인증 등의 문제로 양산화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보면, 시제품 개발과 양산화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양산화 과정은 기존 시제품 제작 과정을 개선하여 재료 절감, 제작 시간의 단축, 불량률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 등이 목표지만, 이 중 하나라도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양산화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는 3D 프린팅의 기술로 초기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양산화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초기 기획단계부터 제작 기술과 더불어 양산화 과정에 소요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한 도구와 교구 등을 제작하여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제품을 만들더라도 적절한 방법과 전문 지식을 갖춘 다양한 업체를 넘나들며 교구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된 시제품들 중 충분히 의미가 있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상당수가 결국 양산화되지 못하고 연구결과로 끝나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좋은 제품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3D 프린팅 기법이 활성화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교구를 전문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는 아직 국내의 3D 프린팅 시장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지식과 3D 프린팅, 사출 등의 지식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다양한 의료 기기, 의료 교구 등을 제작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다면 이런 전문 지식들을 통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작 업체들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며 이렇게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하며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의료계 전반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치료내시경 기구의 개발 과정은 수많은 도전과 협업을 필요로 한다. 현재 상용화된 많은 혁신적 기구들은 임상의사와 공학자의 긴밀한 협력과 끊임없는 연구의 결과이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 속에서, 임상의사와 개발자는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다른 시각과 접근 방식을 함께 조율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혁신은 현장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면서도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며,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정부 및 의료계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도 임상의와 개발자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며 새로운 치료 기구의 개발이 지속된다면, 한국 의료기기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We extend our gratitude to Mr. Joongbo Hwang, Director at FineMedix, Mr. Sung Yoon, Deputy General Manager at MI Tech, and Mr. Jongchan Kim, Team Leader at Anymedi Solution, for candidly sharing their valuable insights from the field.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None.
Hee Seok Moon
J Innov Med Technol 2023; 1(1): 15-19Gwang Ha Kim
J Innov Med Technol 2024; 2(2): 42-46Yoon Suk Lee
J Innov Med Technol 2024; 2(1): 8-10